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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행복공학칼럼> 예술을 통해 자기 실현의 욕구를 채운다

기사승인 2020.11.27  14: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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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원

사회복지법인 행복공학재단 이사,
전 누리데이타시스템 대표

 

“산업발전에 따라, 부족을 채워주는 도구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걷지 못하므로 휠체어를 이용하게 되고, 발음이 어눌하지만 신서사이저의 합성으로 아바타가 파워포인트에 등장하여 설명을 한다. 1급 지체장애인 최고준의 디지털도구를 다루는 솜씨는 가히 선수급이다. 유명한의 도움이 작지 않았지만 지체장애라는 점에서 그의 정신적 기능은 오히려 뛰어난다. 유명한은 최고준에게 컴퓨터조작과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그의 창의적 예술 감각은 도저히 흉내내기 어렵다.

어쩌면 조물주는 인간의 창조공식으로, 상대적 평등이 아니라, 총량적인 절대평등을 구현한 것이 아닐까. 정신과 육체를 무리한 계산이라지만, 억지로 숫자화해서 육체:정신=50:50이 성립된다고 가정한다. 육체적인 불편이 25에 달한다면 육체의 능력은 나머지 25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육체적 결핍 25는 곧 정신적 능력으로 전이되어, 정신능력이 75를 발휘하는 것은 아닐까. 산업발전에 따라 보조기구가 개발되어 육체적 부족의 25가 보상된다면 그는 100을 넘어 125가 될 것이다.

최고준이 자신의 어눌함과 비주얼을 핑계로 발표를 사양해 왔지만, 그의 탁월한 모사기술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명한은 최고준이 직접 발표하도록 강권했다. “오늘 피티는 최고준이 맡습니다.” 유명한은 10명의 청중에게 인사를 하면서 오늘의 발표를 시작한다고 했다. 

그의 어눌한 시작이 모두를 긴장시킨다. 최고준은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디지털편집기술을 동원하여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카메라에서 촬영된 사진을 컴퓨터 그래픽의 작품으로 새롭게 바꿔서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아바타는 10여 년간 변함없이 그의 곁에서 응원을 해 온 도우미, 유명한을 촬영한 사진에서 모사해 온 것이다. 음성은 정보우산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소리은행에서 채용했다. 지적재산권으로 채록된 성우 기찬성의 목소리를 2시간동안 차용한다. 목소리차용비는 시간당 1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50%할인율이 적용되어 2시간 사용하는 것으로 1만원을 지급했다. 기찬성의 음성이 들린다. 청중들의 감탄이 신음처럼 들린다. 모사된 유명한의 아바타와 차용된 기찬성의 목소리로 예술을 통한 자기실현욕구의 충족에 대한 설명이다.

최고준은 사진촬영과 디지털편집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어내는데 집중한다. 일출 같기도 하고, 석양 같기도 하는 야산의 소나무 사이에 햇살이 비친다. 그리고 배경음악이 깔린다. 소리편집기로 아코디언, 하모니카와 해금의 음정을 비틀어서, 양희은의 ‘참 좋다‘를 틀어준다. 최고준의 마음은 늘 그렇게 아침햇살 같기도 하고 일몰에 흔들리는 황혼 빛 같기도 하다.

유명한이 최고준의 소개와 더불어 설명을 보탠다. “잠간, 최고준의 자기실현을 위한 예술적 접근에 대하여 보충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최고준은 고교시절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고, 뇌출혈 부작용으로 육체적인 활동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언어장애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매우 예민하던 시기에 어려움을 당하여 두문불출 자폐적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수년간 삶을 포기하다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정성에 눈물겨운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재활을 위한 물리치료가 제공되는 장애인 복지관에 나가게 된 것이다. 최고준은 이정도를 만나면서 변화를 시작했다. 최고준보다 훨씬 더 심각한 장애등급의 나이어린 이정도를 만난 것이다. 항상 미소를 띠고, 밝은 표정을 짓는 그는 컴퓨터공부에 매우 열심이었다. 이정도는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시와 그림으로써 표현해 보겠다는 것이다. 붙임성이 좋은 이정도는 최고준에게 먼저 말을 걸어 왔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고 자신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이정도의 접근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은 형제가 되었고, 한 가족처럼 얘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이정도의 권유로 컴퓨터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학창시절 사진반에서 활동했던 경험으로 사진과 컴퓨터의 융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이다.

사진은 그의 마음을 담는데 한계가 있었다. 실사된 사진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편집하면서 자신을 녹여내는 창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저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컴퓨터와 영어교육의 도우미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최고준이 저에게 질문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진 위에 자신의 마음과 삶을 덧씌우고 싶다고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우린 그렇게 만났고 어언 10여년이 흐른 것입니다. 이제 그는 사진과 컴퓨터그래픽으로 복지관에서 강의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명한은 자리에 앉는다.

최고준이 마무리 발언을 했다. “제가 언제부터인가 좋아하게 된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 걸맞은 ‘겨울의 기억’에서 삶의 의미를  그려내 보고 싶습니다.” 그는 고성현의 ’기억은 겨울을 써 내려간다. ‘를 마지막으로 들려준다. 그의 피티는 그렇게 끝났다. 청중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한명한명 번갈아가며 그를 포옹한다, 유명한은 노트북을 닫는다. 눈물을 글썽이며 “형, 역시 최고야!” 엄지를 척 들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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