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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간다, 포스터가 간다' 아름다운 사람을 연주하고 싶은 '찾아가는 피아니스트' 윤효간

기사승인 2019.10.07  21: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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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인터뷰/세상을 품은 사람들 1 - 윤효간

 

윤효간의 <피아노와 이빨> 콘서트, 전 세계에서 1900회 이상 공연하다

 

오지의 아이들, 군부대, 미국, 중국, 호주, 캄보디아 등 찾아다니며 공연

피아니스트, 작곡가, 편곡가, 공연기획자에서 이제 역사포스터제작자로 활동

대한민국 역사 담은 포스터를 만들어 전 세계로 다니며 알릴 계획 세워

포스터&피규어 전시회를 활용한 지역 ‘상권살리기 프로젝트’ 진행 중

 자신의 브랜드로 1900회 넘는 공연을 이룬 연주자가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찾아가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윤효간 씨(히스토리앤 대표)는 그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다. 그는 클래식을 배우던 유년기, 록스타를 꿈꾸며 방황하던 청년기를 거쳐 자신이 꿈꾸는 음악세계를 만들기 위해 낯설고 거친 환경에 스스로 뛰어들고 쉼 없이 걸어왔다.
 피아니스트, 작곡가, 편곡가, 공연기획자 등 별명이 많은 그는 고상한 피아노를 무대에서 끌어내려 국내 오지의 아이들과 군부대, 미국, 중국, 호주, 캄보디아 등지를 찾아가 장기 공연하는 모험도 대수롭지 않게 해왔다. 자신의 남다른 인생 이야기를 <피아노와 이빨>이라는 공연 브랜드로 만들어 성공했고, 이제‘역사 포스터’를 접목한 공연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피아노 그리고 역사를 담은 포스터

  피아니스트 윤효간의 공연을 정통 피아노 연주회로 알고 간 관객은 당황한다. 비틀즈의 ‘헤이, 주드’, 동요 ‘오빠생각’, 가요 ’마법의 성‘을 현란하면서도 우아하게 연주하기 때문이다. 연미복을 입은 연주자가 경상도 억양으로 능청스런 장광설을 쏟아내자 객석이 웃음바다가 된다. 바로 2005년 11월에 시작해 국내외 공연 1900회를 돌파한 <피아노와 이빨> 공연 장면이다.
  피아니스트인 그가 5년째 빠져 있는 일은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포스터’ 제작이다. 역사전문 포스터 디자인 회사(히스토리앤)를 만들고, 인천시 포스터전을 비롯한 지자체 및 기업, 국가 행사의 역사가 담긴 포스터를 제작해 전시와 <피아노와 이빨> 공연을 함께 해왔다.

 

광화문 광장서 세종대왕즉위600주년 포스터전 열어


 

작년 11월(16~18일)에는 세종대왕즉위600주년을 기념해 32년 재위 기간 동안의 정치, 사회, 경제, 과학, 문화, 인물과 사회상 등 역사적 기록을 담은 포스터를 600점 제작, 광화문 광장 전체를 사용한 대규모 전시회를 3일간 열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피아노가 없는 곳에 피아노를 들고 가 공연했던 피아니스트가 이제 ‘대한민국을 담은 포스터’를 들고 전 세계를 다닐 계획을 세웠다. 늘 평범하지 않는 삶을 선택해온 그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본다.


Q : 공연명 <피아노와 이빨>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요?
 
“소위 ‘이빨을 깐다’는 말이 있듯이 단순한 피아노 공연이 아니라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공연 제목부터 친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피아노와 이빨>은 삶에 지치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선물하고, 삶의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고자 ‘찾아가는 공연’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1900회가 넘었네요.”

Q : 역사 담은 포스터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릴 때부터 수많은 역사책을 읽으면서 압축해 표현할 방법을 궁리하게 되었죠. 제가 이끌고 있는 미술적 재능이 탁월한 7명이 모여 연구하다보니 포스터 형식이 가장 이해하기 쉽더군요. 포스터는 학식이나 연령을 초월해 누구나 내용을 공감하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우리들도 완성된 포스터를 보며 감탄한 적이 많다보니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또한 관람객들이 맘에 드는 포스터를 소장하고 싶다며 요청해 와 입소문이 난 겁니다. 기업에서도 자사 역사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 전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자연스레 회사도 설립하게 되었죠.”

Q : 음악 공연과 포스터를 접목한 전시회를 기획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올해도 지자체나 기업, 공기관 등에서 요청이 들어와 진행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대한민국을 담은 포스터’를 들고 전 세계 순회 전시 공연을 할 계획입니다. 이미 뉴욕, 프랑스, 상하이, 호주 등 여러 나라에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제가 2017년 5월 호주 에들레이드 시의 초청으로 공연할 때, 한국전에 참전한 호주와 한국의 역사 183년(1834~2016)을 포스터로 제작해 현지 전시를 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워 저도 놀랐어요. 마침 호주 에들레이드 시의 시장이 한국전 참전용사 네 분을 초청해 뜻 깊은 행사가 되었죠. 그때 한국전 참전 국가들을 찾아가 한국의 역사를 담은 포스터 전시회와 음악공연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Q : 세계 순회 전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요?

 “몇년전 저희 회사가 오스트레일리아 국가의 초청을 받아 오스트레일리아 역사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 전시해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받았어요. 그때 우리나라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리는 포스터전을 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키웠는데, 작년에 세종대왕 포스터 600개를 준비하며 완성되었죠.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국민운동본부 같은 성격의 단체를 만들려고 해요. 같은 생각을 품은 15명 사람들이 매월 모임을 갖는데 국민운동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와 추진 중입니다.”

Q : 6.25전쟁 70주년 행사를 준비한다는데?

 “현재 제가 국방부 국민소통단으로 협력하면서 국방부와 의견 조율을 하고 있는 일이 있어요. 내년 6월에 <6.25전쟁 70주년 포스터전>을 준비 중인데, 국군 장병들을 위해 전국 군부대 순회 전시공연을 할 겁니다. 그리고 여건을 갖춰 8개월간 미국 50개주 순회를 마친 후, 한국전쟁 참전국가 순회는 물론 전 세계 한인회, 한국인 교회, 재외 한국학교, 한국어 외국학교 등에서 한국 역사 포스터 전시회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UN센터에서 <6.25전쟁 70주년 역사 포스터전>을 여는 것을 목표로 국내외 관계자들과도 협력 중입니다.”

Q : 국내 활동으로 진행 중인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현재 보유 중인 1만여 점 넘는 포스터와 피규어 전시회를 활용한 ‘상권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웨딩거리로 유명한 청담동에 빈 가게가 자주 생겨나는데, 그곳에 포스터와 피규어 전시를 하면 가족 동반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다시 상권이 살아나지 않을까요? 전시 가게가 임대되면 다른 빈 가게에 전시하는 거죠. 인천 송도 ‘케이슨24’ 갤러리에서 한달간 전시회를 열어 명소가 되었어요. 현재도 마곡지구역 상가 2층 빈 공간에 전시장을 꾸미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입소문으로 찾아와요.”

Q : 강남구의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나 협력할만한 일이 있을까요?

 “업무상 강남에 자주 오게 되지만 늘 아쉬운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압구정 로데오거리, 청담동 웨딩거리 등이 유명했지만, 지금은 가로수길만 조금 활발한 것 같아요. 강남구에는 로데오발전위원회나 청담동한류스타거리협동조합 등의 모임이 있어 예전 상권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여러 지자체에 자문을 하다보니 지역마다 발전 가능 포인트가 눈에 들어와요. 제가 협력한다면, 먼저 구청의 기관 건물이나 공원, 문화센터 및 22개동 주민센터 공간을 활용해 ‘대한민국 역사를 담아 찾아가는 포스터전’을 순회 전시하고 싶어요. 강남 주민들의 삶에 활력과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상권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는 역할이 필요한 거죠.”

Q :  추진 중인 <한국역사 포스터를 세계로>국민운동본부는 어떤 일을 하나요?
 
 “단체명 그대로 한국역사 포스터를 전 세계로 보급하는 일입니다. 한인회나 유학생들, 한국학교, 대사관, 문화원, 한인교회에서 문의를 해와도 인쇄비와 배송비가 만만치 않아 국민 한 사람이 한 장씩 후원하는 운동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기업이 캄보디아의 한국학교에 한국역사 포스터를 50장 기증하고 싶다면 50구좌(1구좌 1만원) 후원하면 되고, 개인이 몽골 한국학교에 포스터 1장을 기증하려면 1구좌 후원하면 되는 방식으로 부담 없이 훈훈한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Q : 가장 인상적인 공연이 있겠지요?

 “물론 1900회 공연 하나하나가 제 인생의 기록이니 소중합니다. 굳이 꼽자면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현장에서 공연할 때였죠. 국내 후원으로 냉장고와 TV 100대를 자동차에 싣고 3만km를 달려 구호품을 전달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100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공연 할 때, 그들이 수화로 고마움을 표시했던 그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그리고 한국을 알리고 싶어 무작정 미국 횡단 공연을 나섰는데 특히 한국 입양아들을 찾아가 그들의 마음을 나눈 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할 당시 6.25 전쟁 참전 용사를 특별히 모신 일, 그 일을 계기로 내년에 6.25 전쟁 참전국을 방문해 감사공연을 하기로 계획했지요.” 

 

천재와 바보 경계선을 넘나드는 괴짜, 윤효간을 말하다

 

UN성냥 막내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앞두고 무작정 서울 상경하다
 ‘피아노를 들고 가는 피아니스트’ 윤효간은 이제 ‘찾아가는 예술가’로 불리고 싶다. 지인들은 그를 천재와 바보를 수시로 넘나드는 괴짜라 칭한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런 호칭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재력가 UN성냥 창업주의 늦둥이 막내아들로 태어난 윤효간은 음악을 좋아한 아버지의 권유로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윤효간 어린이는 피아노를 치면서 의구심이 생겼다. ‘크게 치라는 데서 작게 치고, 작게 치라는 데서 크게 치면 어떻게 될까? 그게 잘못된 연주인가?’라며 자기만의 연주법으로 치다가 피아노 선생과 번번이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성장하면서 부모와의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골이 깊어지자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가출을 시도하다 결국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어린 나이에 냉혹한 현실에 뛰어든 결과는 고달팠다. 나이트클럽 피아노 반주자로 생계형 악사 생활을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졌고, 내공은 더 깊어졌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피아노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틴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밑거름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윤효간밴드’ 그리고 <피아노와 이빨>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거나 유학을 가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쌓은 실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서른 살에 그 어렵다는 KBS관현악단에 들어가 당대 최고의 가수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마흔 나이에 ‘윤효간밴드’를 만들었고, 지금의 피아니스트 윤효간을 상징하는 피아노 솔로 공연 <피아노와 이빨>을 시작했다. 소극장에서 시작된 공연은 1900회가 넘었고, 지금까지도 피아노 공연 사상 최장기 기록이다. 대한민국 피아니스트 최초로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고, 세계적인 공연장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공연했다.

 

장병들을 위해 격오지 부대를 찾아가 공연하다

 

 <피아노와 이빨> 1000회 기념으로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날, 한 관객이 윤효간 피아니스트를 찾아왔다. 강원도 화천에 사는 부사관 아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남편이 있는 격오지 부대에 와서 공연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거긴 선생님께서 직접 찾아와 공연을 하실 수밖에 없는데 어려운 부탁이겠죠?”라며 간곡한 표정으로 요청했다. 그는 고심 끝에 장병들을 찾아가는 공연을 결정, 격오지 군부대에서 180여회 공연을 했다. 부대 특성상 피아노와 음향장비를 피아니스트가 직접 싣고 가는 진풍경으로 국군들은 환호했다. 윤효간의 이야기는 지친 장병들에게 자신감을 회복시킬 뿐만 아니라 감동으로 눈물 흘리는 장병들도 많았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최초로 열린 피아노 콘서트

 

 올해 2월,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대법정에서 사상 처음으로 피아노 공연이 열렸다. 딱딱하고 긴장된 공기가 돌던 군사법원은 윤효간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시작되자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대법원을 가득 채운 장병과 군무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공연을 즐기며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공연에는 군 관계자 외에 환경미화원, 군을 사랑하는 일반 국민들도 함께 초청되어 온기를 나누었다.
 정해진 길대로 살고 싶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와 방황을 겪었지만, 결국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가치를 깨닫게 된 피아니스트 윤효간. 앞으로 그의 예술 끼가 어떤 가치를 전하게 될지 기대해본다.

<현명진 기자>

현명진 webmaster@ig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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